인간의 신체 부위 중에서 가장 베일에 쌓여있을 것 같은 뇌에 관해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뇌과학. 뇌과학은 이제 막 태동하는 학문으로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뇌는 인간의 마음과 고등 사고를 담당하는 주요 부위 중에 주요 부위이기 때문에 뇌를 탐구하는 뇌과학도 정말 여러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구성은 적절했다고 본다. 대개 여러 학자가 쓴 글을 모아둔 책은 전체적인 통일성과 일관성 및 체계성이 부족한 단점이 있는 반면 한 사람이 커버하기는 어려운 넓고 방대한 주제를 하나의 책에서 다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은 전자를 후자가 상쇄하는 책이다. 애초에 뇌과학 자체가 학문 분과의 경계를 넘어 여러 학문과 다양한 관점에서 다뤄지는 학문인 만큼, 뇌과학이 그러한 다양한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탐구되고 있는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은 목적을 달성했다.
이 책의 공저자들을 보면 법학자부터 시작해서 공학자, 철학자, 심리학자 등 그야말로 경계가 없다. 각 학문 분과의 전반적인 연구 경향에 따라 뇌과학을 어떤 태도로 수용하는지를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뇌과학적 탐구를 극도로 경계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뇌과학이 가져올 기술의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읽으면서 뇌과학에 대해 경계를 하다가도 다시 기대를 걸기도 하게 된다. 물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의도하는 바이리라. 공저자 중 한 명이 말한 바가 참 공감이 갔다. 대부분의 기술들은 그 기술들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심각한 우려와 지나치게 희망찬 기대를 모두겪어야 했지만, 어느 정도 기술의 발전상과 사회적 수용이 진척되고 난 후 보면 그러한 미래 전망이 의외로 과장된 것이었다는 것이다. 지나친 낙관을 걸었던 이들은 예상과 달리 그 기술의 한계가 금방 드러나버렸고, 지나친 비관을 가졌던 이들은 예상외로 인간의 삶을 크게 위협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것을 더 풍요롭게 만든 케이스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과학 연구에 직접 종사하지 않는 우리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부하지만 뇌과학의 연구현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 아닐까. 뇌과학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뇌과학의 긍정적인 연구 성과를 촉진할 수도 있을 것이고, 뇌과학이 우생학 같은 위험한 것으로 변하지 않도록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관심의 출발점으로 한국인 저자들이 생생한 한국어로 쓴 이 책이 역할과 소임을 맡아줄 수 있을 것이다.
뇌과학에 기반해 인류 라는 키워드에 집중한다!
신경과학, 의학, 법학, 철학, 인지과학, 과학기술학 등의 다양한 지적 배경을 갖고 있는 연구자들이 신경과학과 관련된 윤리적, 법률적, 사회적 문제들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학술 모임인 신경인문학 연구회 에서 신경윤리와 신경이문학의 새 지평을 열고자 책을 출간하였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인류 혹은 인간의 존재 라는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인간의 존재 근거가 ‘의식’이라면 의식이 없는 식물인간에겐 어디까지 인권의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까? 인간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자격의 기준은 무엇인가? 등 많은 문제점들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이 문제들은 의학적 처치의 결정 문제, 심리철학,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생명윤리의 문제, 그리고 철학과 과학이 고민하는 ‘의식’에 대한 문제와 긴밀히 얽혀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뇌과학이 경계를 넘어 인문·사회·법률·교육 등의 분야와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프롤로그 뇌과학이 여는 새로운 시대의 모험|홍성욱
Ⅰ 뇌과학, 법과 윤리의 기준을 다시 세우다
01 뇌과학과 형사 책임|이인영
02 fMRI 거짓말 탐지기의 현재와 미래 |홍성욱
03 신경윤리학의 성찰과 전망|최경석
Ⅱ 뇌과학, 의료의 형태를 바꾸다
04 인간 능력 회복과 강화의 윤리|이상욱
05 뇌와 치매, 노인의 인지력은 개선될 수 있는가?|김효민
06 식물인간의 신경 상태와 인간의 조건|김효은
Ⅲ 뇌과학, 소통을 말하다
07 뇌 영상 분석을 통한 마음 읽기|이성환
08 뇌-컴퓨터 접속 장치 기술의 현재와 미래|민병경
09 거울 뉴런과 공감 본능|장대익
10 여성과 남성의 뇌는 다른가?|윤선희
11 이중언어 뇌 연구와 한국인의 ‘영어 뇌’|장하원, 홍성욱
Ⅳ 뇌과학, 마음의 본질을 묻다
12 자유의지에 대한 리벳의 연구와 후속 연구들|박주용
13 신경과학은 자유의지에 위협이 되는가?|최훈
14 뇌과학을 넘어서: 인지과학과 체화된 인지로|이정모
15 우리는 확장된 마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전진권
16 뇌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 그 역사와 시사점|홍성욱
에필로그 인문학의 미래, 신경인문학의 도전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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