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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이탈리아


“이 세상은 한 권의 책, 여행하지 않는 이는 책을 한 페이지만 읽은 셈이다. Il mondo e libro, e hi non viaggia legge solo una pagina." 책은 성 아우구스티눗의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된다. 이탈리아의 대사를 지낸 바 있는 저자는 정치인으로 자신이 보고 들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발로 뛰어 보고 들은 이탈리아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까 여행하지 않은 이가 읽지 못한 책의 다음 페이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몇 군데 다녀 보며 촉발된 나의 호기심은 이내 탐구심 비슷하게 변해 갔고,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정도로 둘러보던 자세가 화두話頭 들고 정진하는 심경으로 바뀌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탈리아 곳곳을 어지간히 돌아보았다. 어디를 가든 과연 예기치 않은 자극과 발견들이 이어졌고, 볼거리, 생각거리가 넘쳐나고 도사린 얘깃거리들이 풍성했다. 지내 온 역사의 두께가 워낙 두터운 데다가 이탈리아를 구성하는 각 지방 코무네들이 각각 독자적인 전통과 문화를 키워 온 데 따른 다채로움이 더해진 결과다.” (p.22) 서구의 다른 제국들에 비견하여 이탈리아는 도시 국가라고 알려져 있다.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등의 국가들은 자치 공화국으로 오랜 세월 유지되었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지역의 사람들은 로마노, 피오렌티노, 밀라네제, 베네치아노, 나폴리나토 등으로 불리운다. 이러한 큰 도시들 뿐만 아니라 작은 도시들 또한 나름의 역사를 고집하는데, 이들 도시들, 더 작은 도시들을 통칭하여 ‘코무네’라고 한다. 『비아 프란치제나가 지나는 인근 몬테피아스코네도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몬테피아스코네의 교황성 Rocca dei Papi은 경관 좋은 볼세나Bolsena 호수를 끼고 있어 역대 교황들이 즐겨 머물렀다. 아비뇽 유수 시절에는 프랑스에 사는 교황들을 대신해 하나님의 대리인의 대리인들이 일 보던 곳이다. 프란치제나 길에 면해 있는 플라비아노 교회 Basilica di Flaviano가 흥미롭다. 지나는 순례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부를 예루살렘의 산 세폴크로San Sepolcro 교회와 똑같이 지었다고 한다. 6세기 초에 지은 교회가 지상층에 있고 그 위로 13세기에 교회를 덧지어 올렸다. 아래층 교회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히는 프레스코 그림이 하나 있다. 제목하여 <죽음의 승리>. 그림 속 유골들의 메시지가 준절하다. “우리는 한때 지금의 너희 같았고, 너희도 머지않아 지금의 우리 같으리라.” 고도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다.』 (p.79) 저자는 이런 코무네들을 직접 방문하고 그곳의 교회와 궁전 등을 둘러본 다음 소회를 밝힌다. 그곳의 역사와 함께 각각의 교회가 소장하고 있는 성유물(예수 혹은 성인들과 관련되어 있는 유물)과 그곳에 묻힌 이들 그리고 교회를 장식하고 있는 그림이나 벽화, 조각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탈리아 여행의 경험이 있는 이들이거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색슨Saxon 사람들은 자신들에 대해 모르는 것을 의외로 여기는 데 비해, 라틴Latin 사람들은 자신들을 알아주는 경우 매우 감격해 하는 경향이 있다...” (p.140) 물론 고대 로마라는 ‘제국의 경험’과 그 이후 ‘교황의 존재’를 끊임없이 그 땅 안에서 인지하였던 이탈리아를 염두에 둔다면 책에 소개된 건축물을 비롯한 기타 오브제의 숫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도 있다. 유럽 지역 세계문화유산의 사십 퍼센트가 이탈리아에 있고, 역사적 중요성이 공인된 장소만 전국에 십만여 곳이라는 사실이 엄연한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 베네치아에는 특별한 공기가 있다. 계절이나 시간대에 관계없이 즉자적으로 느껴지는 그 무엇이니 공기라 할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지중해의 햇빛과 베네치아의 물이 주는 효과에 주목했다. 영국의 예술비평가 러스킨 J. Ruskin 같은 이는 여기에다 베네치아의 돌 (건물 석재)을 추가했다. 빛과 물과 돌이 어우러져 연금술처럼 만들어낸 베네치아만의 공기. 카날레토Canaletto, 과르디F.Guardi의 그림에서 감지되는 공기다. 여기에 비잔틴과 오리엔트의 이국적인 요소들까지 더해져, 베네치아는 많은 이들에게 뮤즈이고 영감이었다.” (p.183) 간간이 눈과 귀에 익숙한 지역명과 교회명이 등장하고, 알 듯 모를 듯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읽는 것은 또 다른 여행에 가깝다. 어떻게든 이탈리아 땅에서 발현된 총체적인 역사와 현재의 이탈리아에 이르는, 그곳에서 벌어졌던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겪으며 그 자리에서 여태 유지되고 있는 유형과 무형의 산물을 포함하는, 이탈리아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노고가 느껴진다. 김영석 / 이탈리아 이탈리아 : 김영석의 인문기행 / 열화당 / 295쪽 / 2016, 2018 (2016)
문학평론가 최원식이 읽어 본 이탈리아 이탈리아

이 책의 서문을 쓴 문학평론가 최원식은 예전에는 특히 외국 여행기가 사명使命이었다 면서, 강항姜沆의 간양록看羊錄 , 최보崔溥의 표해록漂海錄 의 전통을 거론하고, 우선 이 책이 저자가 이탈리아의 대사로 가서 남긴 기록임에 주목한다. 이어서 이 책을 처음으로 일독하고 난 감상이 옛 사신의 풍모가 얼핏 비친다는 반가움 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옛 선비들의 소견법消遣法으로 누워서 유람하는 ‘와유臥遊’를 언급하면서, 과시 이 책은 눈의 호사와 사유의 즐거움을 겹으로 선사하는 불이不二의 이탈리아 입문서 라 평하고 있다.

저자의 필력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금치 않았는데, 서문을 쓸 마음을 먹은 이유에 대해 독서계에선 소인素人인 김 대사가 녹록지 않은 문장력을 지닌 점이다. 활달한 구어체인 듯 고전적 문어체조차 걸림 없이 구사하는 시김새를 보니 보통내기가 아니다 라고 하면서, 이탈리아 문기文氣에 흠뻑 감응하다 보니 이 문체가 술 익듯 숙성되었지 싶다. …‘대상이란 또한 누구를 만나느냐에 달려 있다物亦有遇也哉’는 성호星湖의 말씀마따나 이탈리아가 김 대사를 만나 한글로 호사를 누렸다. 이탈리아라는 장소의 혼genius loci에 지핀 최고의 안내자를 따라 상상 여행하노라면 이탈리아가 바로 지호지간指呼之間에 있던 것이다 라고 찬사를 보내고 있다.

한편, 저자는 책 말미에 챕터 하나를 할애하여 이탈리아가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독립 과정에 대해서도 흥미있게 서술하고 있는데, 최원식은 그 복잡한 과정을 풀어낸 저자의 요령있는 기술이 돋보이거니와, 말하자면 이탈리아 이탈리아 는 한 세기 만에 다시 쓴 이태리 건국 삼걸전 이요, 그 생생한 후일담이기도 한 것 이라고 하면서, 한반도의 통일을 다시 생각할 묘처를 제공한 점에서 더욱 종요롭다 고 쓰고 있다.


서문-최원식

프롤로그
이탈리아학 입문
로마의 교회들
라치오의 고읍들
피렌체 산책
나폴리에서 살레르노까지
움브리아, 마르케, 로마냐
베네치아 회상
시칠리아 답사
밀라노와 그 부근
이탈리아의 통일과 오늘
에필로그

발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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