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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편견


크레마에 사 넣어놓은지 좀 된 책이다.이제야 본다. 보는 내내 내가 이 작가를 어떻게 알게 되었던가 떠올려 보려고 궁리했다.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책에 대한 정보를 일부러 찾지 않았다.글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였다. 잘한 일이다. 다 읽고 나니 더 잘 알게 된다. 한 편의 분량은 크레마로 두 쪽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짧은 산문이라고? 하는 생각을 했다. 읽다 보니 익숙해지는 분량이되었다. 구구절절 늘어 놓지 않더라도 할 말은 할 수 있는 것이고, 이 작가는 읽기 좋게 써 주었다.글을 다 읽고 책 소개 글을 보니 경향신문에 연재했던 산문 코너였단다. 아하, 많은 깨달음이 후루룩 지나간다. 아마도 2018년이상문학상 수상집을 통해 이 작가를 알았던 모양이다. 수상작이 마음에 들어서 더 읽을책을 찾아 보다가 e북으로 나온 이 산문집을 발견하고 샀던 것이겠지. 그러다가 그만 다른 책들에 밀려 물러나 있게 되고, 그러는 새 나는 그만 홀랑 다 잊어버리고 말았겠지. 수상작을 마음에 들어 했던 것조차. 읽은 글을 까맣게 혹은 하얗게 잊어버리는나의 이 현상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한다. 이번에는 좀 당황스럽고. 정치적인 입장이나 사회를 보는 입장이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이제는 길게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게 되고 말았다. 대화를 오래 나눌 기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고, 내 마음을 바꿀 리도 없고, 상대의 마음을 바꿔 놓을 수도 없으니,말이 길어지면 마음만 상하게 될 뿐이다. 그냥 말을 안 하면 되니까. 반대로 비슷한 입장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경우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워진다. 비록 같은 마음으로 화를 내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분노는 아니므로 공감대는 더 돈독해진다. 이 책을 읽을 때 그러하였다. 같은 마음이라 외롭지 않구나 싶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작가의 소설을 읽어야 도리인데, 여기서 좀 머뭇거려진다. 쉽게 읽을 수 있을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쉬운 소설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나는 또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나는 편견을 사랑한다
아름답고 올바른 편견이 절실한 시절이다

우리의 눈물이 대지로 돌아가는 건
중력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그곳이 바로 고향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손홍규의 짧은 글 긴 여운

이 책은 소설가 손홍규가 지난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당시에 썼던 180여 편의 글 중에서 138편을 가려 엮었다. 사람과 공동체에 대한 우직하고 따뜻한 애정, 그리고 부조리한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진실한 주장을 담았다. 개성 있는 문체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손 작가 특유의 필치가 돋보이며, 짧지만 매 꼭지마다 강한 울림과 긴 여운을 남긴다.